미처 몰랐던 다층의 판도라…'불과 재'로 덧칠된 '아바타 3'
기존 시리즈 나비족과 흑화한 '재의 부족'·인간의 3파전하늘과 바다, 숲 내달리는 황홀한 이미지…인간적 감정 생생히 전달이미지 확대영화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 총 천연의 대자연이 원형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이자 모든 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아름다운 행성. 2009년 충격적인 신선함으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킨 영화 '아바타' 속 외계 행성 판도라의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자원 고갈 위기에 처한 인간이 판도라에 침투하려 한 것도 지구에는 없고 신비의 대자연 판도라에만 있는 대체 자원 때문이었다. 나비족은 이런 대자연의 영혼을 '에이와'라고 부르며 숭배하고, 평생 자연과 교감하며 거대한 생명 시스템의 일부로 살아간다. '당신을 봅니다'(I see you)라는 나비족 인사는 언어 그 이상의 깊은 교감을 의미하는 상징이었다.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아바타: 불과 재'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온몸에 붉은 칠을 하고 위협적으로 송곳니를 드러내는 호전적인 집단 '재의 부족'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들은 큰불로 삶의 터전을 모두 잃은 뒤 약탈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삼았다. 자연과의 교감은 과거의 일이 됐고, 여성 지도자 '바랑'(우나 채플린 분)의 공포정치에 부족원들은 머리를 조아린다. 평온과 조화의 상징이던 이전 시리즈의 나비족과 같은 종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악의가 가득한 모습이다.이미지 확대영화 '아바타: 불과 재' 속 한 장면 '재의 부족'은 기존 '아바타' 시리즈의 주요 갈등이던 '나비족 VS 인간' 구도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아바타' 1, 2편을 이끌어 온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가족이 이끄는 '산호초 부족'과 인간은 어느 순간에는 '재의 부족'에 맞서 협력하기도,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극렬히 대립하기도 한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화려한 볼거리에 비해 서사 구조가 단순하다'는 점이 하나의 아쉬움으로 제기됐다면, 이번 작품은 3파전 구도로 갈등의 복잡성을 더했다. 새로 소개되는 '재의 부족'과 '바람 상인 부족'의 서사도 판도라 세계관에 전에 없던 다층성을 부여한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새 부족들의 등장은 그동안 관객이 엿본 판도라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그 안에는 훨씬 더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이미지 확대영화 '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 사랑해서 더 자주 다투게 되는 가족의 모습과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인물들의 내적 갈등처럼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인간적인 고민도 곳곳에 담겼다. 전작인 '물의 길'에서 장남 네테이암의 죽음을 겪은 가족들이 느끼는 죄책감과 슬픔, 분노 등 감정이 특히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어머니인 네이티리의 슬픔과 적(인간)에 대한 증오, 인간이 너무 미워서 남편 제이크 설리가 원래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괜히 싫어지는 마음도 너무나 인간적이라 공감을 자아낸다. 나비족 주인공들의 감정은 입꼬리와 눈매의 작은 떨림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려낸 VFX(시각 특수효과)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특수효과 등 기술이 발전해 지금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를 전부 구현해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바타: 불과 재'의 상영 시간은 3시간 17분이다. 2시간 42분이던 1편, 3시간 12분이던 2편보다도 더 길어졌다. 하지만 거대한 해파리 모양의 돛대를 단 하늘 위 선박과 보라·초록·파랑의 빛이 어우러지는 바닷속 오로라, 모든 걸 걸고 싸우는 대전투 장면 등은 긴 상영시간 내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17일 개봉. 197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