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류승범 "어린아이 같은 중앙정보부장, 큰 숙제였죠"
6년 만에 영화 출연…"첫 촬영 때 입술 파르르 떨려""대본 탐구하는 시간 즐겨…하루하루에 집중하려 한다"이미지 확대배우 류승범 "내가 물 위를 걷겠다 하면 성님은 그 물을 꽝꽝 얼려줘야지?"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 분)은 그의 계획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하는 아무개(설경구)를 향해 책상을 치며 이렇게 윽박지른다. 1970년대 군사 독재 정권 시절 권력의 중심에 있던 중앙정보부장의 권위적인 모습이다. 박상현은 장난기 많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는 권력자가 흔히 마시는 위스키 대신 우유를 마시고,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흥겹게 춤을 추기도 한다. "(감독님이) 아이 같이 표현해달라고 한 점이 큰 숙제였어요. 서로 어울리지 않은, 물과 기름 같았어요." 배우 류승범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굿뉴스' 속 권위와 천진난만함이 공존하는 박상현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공개된 '굿뉴스'는 1970년 납치된 비행기를 어떻게든 서울에 착륙시키려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다. 일본 적군파가 민항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을 시도한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의 변성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이미지 확대영화 '굿뉴스' 속 배우 류승범 박상현은 비행기를 서울에 착륙시키기 어렵다고 하는 아무개를 윽박지르고 회유해 계획을 맡긴다. 류승범은 "대본을 읽은 뒤 1970년대 중앙정보부장이 가진 (통상적인)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너무 안 어울린다고 느꼈다"며 "감독님께 '어떤 부분 때문에 저한테 역할을 제안해 주셨냐'고 물었는데, 감독님이 '뻔한 거 하는 게 너무 싫다'고 하신 기억이 난다"고 했다. 변 감독의 의도대로 박상현은 류승범을 거쳐 해학과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색다른 캐릭터로 탄생해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무거웠던 극의 분위기를 가볍게, 유머러스한 흐름을 진지하게 바꾸는 역할도 수행한다. 중요한 판단을 볼펜 세우기에 의존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으로 블랙코미디 성격도 강화한다. 류승범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기보다는 떨어져서 보게 하는 게 의도였던 것 같다"며 "감독님 의도가 명확해서 믿고 따라갔다"고 말했다.이미지 확대영화 '굿뉴스' 속 배우 류승범 류승범은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듯한 이미지와 다르게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감독은 류승범이 시나리오가 새까매질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하는 배우라고 전했다. 박상현의 능글맞음을 더해주는 충청도 사투리는 류승범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류승범은 "엄청난 건 아니고 제 본분을 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촬영에 들어가기 전 대본을 탐구하는 시간을 즐긴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잡생각을 덜 하며 살려고 하는데요, (시나리오 읽는 시간은) 마음껏 잡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저에게는 너무 즐거운 시간이에요." 그런 그도 '굿뉴스' 첫 촬영 때는 다른 작품 때보다 유독 많이 떨렸다고 기억했다. 그가 영화를 선보인 것은 '타짜: 원 아이드 잭'(2019) 이후 6년 만이다.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입술이 파르르 떨려서 '이거를 어떻게 가라앉히지'라고 할 정도였죠. 약간 흥분 상태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의 떨림은 촬영 현장의 분위기에 힘입어 사라져갔다. 변 감독과 오랜 기간 발맞춰온 스태프가 포진한 현장이 그에게 안정감을 줬다고 한다. 류승범은 동갑내기인 변 감독과 연대감도 느꼈다.이미지 확대'굿뉴스' 감독과 출연진변성현 감독(왼쪽부터), 배우 설경구, 류승범, 홍경20대 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강렬한 데뷔를 한 류승범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품행제로'(2002) 속 불량 학생으로 대표되는 연기와 이미지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히지만, '용의자X'에서의 내성적이고 순수한 캐릭터 등 다른 모습도 선보여왔다. 류승범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든지 그런 기준은 없다"며 개인적인 취향 등 여러 요소가 두루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변화를 느낀다면서도 그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다고 했다.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저는 그 하루를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제 일도, 내일 일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일, 제게 주어진 일,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합니다."이미지 확대배우 류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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