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달의 재외동포에 '모국 투자의 선구자' 日 서갑호 회장
전후 '일본의 방적왕'으로 1960년대 모국 섬유산업 발전 견인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부지 제공 등 재일공관 기증운동 앞장민족학교 운영자금 지원 등 동포사회 권익 향상에도 기여이미지 확대10월 이달의 재외동포에 일본 서갑호 회장재외동포청은 10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모국 투자의 선구자였던 재일동포 방적왕 서갑호 회장을 선정했다.재외동포청(청장 김경협)은 2025년 10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건물 및 부지를 기증하고, 어려웠던 시기 대규모 모국 투자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서갑호(1914~1976) 회장을 선정했다. 서 회장은 1914년 경상남도 울주군 삼남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9세 때 혈혈단신으로 일본 오사카에 건너갔다. 그곳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종잣돈으로 가내 수공업 형태의 방직공장을 시작, 1948년 '사카모토 방적'을 설립하며 승승장구했다. 1950년 '오사카방적'을 설립하고, 5년 뒤 '히타치방적'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고, 1961년에는 연 매출 100억엔을 올리고 '일본의 방적왕'이라 불리면서 한때 일본 전체 고액 소득자 5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후 호텔, 부동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방적업으로 성공한 그는 조국을 잊지 않고 조국과 재일동포 사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1962년 도쿄 아자부1번지 토지와 건물, 1975년 시로카네 토지와 건물을 우리 정부에 기증했고, 이는 현재의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및 대사관저의 토대가 됐다.당시 시내 중심가였던 대사관저 부지는 비싼 땅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달러도 안 되던 시절에는 정부가 매입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안 서 회장은 서슴없이 제공했다. 이 부지는 현재 시세로 1조원 정도다.또 1963년 오사카 대한민국공사관을 이전해야 할 처지에 놓였을 때, 그를 비롯한 5명의 재일동포가 2천700만엔을 마련하여 보증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민족 교육에도 관심이 깊어 1957년 오사카 소재 한국학교인 '금강학원' 이사장을 맡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연간 운영자금을 사재로 지원했고, 오사카재일대한민국민단에 연 500만엔씩을 찬조하며 재일동포들의 권익 향상에 힘썼다. 이미지 확대'재일한국동포 권익옹호추진운동본부' 서상운 회장1962년 8월15일 서갑호 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에게 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 부지와 건물 기증서를 전달 후 찍은 기념사진. 앞줄 가운데가 박정희 의장 부부. 좌우가 서갑호 회장 내외.그의 모국 투자는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 계획을 시행할 시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63년 2월 영등포 소재 한국 최대 면직공장인 '태창방직'을 100만 달러에 인수해 '판본방직주식회사'를 세웠다. 이는 최초의 재일동포 대규모 모국 투자 사례로, 당시 우리나라 섬유 산업과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1967년 '방림방적'으로 사명을 바꾸고, 1973년 구미에 약 7천만 달러를 투자해 '윤성방적'을 새롭게 설립했다. 그러나 1974년 1월 윤성방적에 큰 화재가 발생했고, 1차 석유 파동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사카모토방적'이 도산하고, 그의 사업은 급격히 기울었다. 서 회장은 일본, 홍콩, 필리핀 등을 오가며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재기하지 못하고 1976년 62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우리 정부는 그의 공적을 기려 1976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했다.주일본대한민국대사관은 2013년 신청사 개관 시 그의 아호를 딴 역사관인 '동명관'을 대사관 내 설치했고, 2015년에는 그의 흉상을 제작해 대사관에 전시하는 등 그의 모국 기여를 널리 알리고 있다. 또한, 2024년 신축한 대사관저를 '동명재'로 명명한 바 있으며, 매년 11월 1일을 '서갑호의 날'로 지정해 그의 공적을 기리고 있다. 김경협 청장은 "서 회장의 기부와 투자는 재정적 기여를 넘어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하고, 재일동포 사회 및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그의 조국애와 헌신이 잊히지 않도록 10월의 재외동포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동포를 발굴해 매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발표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김평진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 홍명기 전 M&L Hong 재단 이사장, 임천택 독립운동 지사, 박병헌 전 재일민단 단장, 박노학 전 사할린억류귀환한국인회 회장, 이의경 지사, 서세모 의학박사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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