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뒤틀린 시대, 잊히고 지워진 존재를 찾아서…영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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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의 동명 만화 원작…배우들 호연이 뒷받침한 미스터리극
(서울=연합뉴스) "일종의 오해예요. 못 보는 사람이 아름다움을 보지 못할 거라는 건…."
영화 '얼굴'은 전각(篆刻)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의 나지막한 말로 시작한다. 임영규는 시각장애를 딛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임영규를 보필하며 공방 '청풍전각'을 운영하는 아들 임동환(박정민)은 어느 날 40년 전 사망한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백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임동환은 부친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PD 김수진(한지현)과 함께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파헤쳐간다.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연출한 영화 '얼굴'은 이처럼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의 구조를 띤다.
정영희의 얼굴을 찍은 사진이 없다는 점은 관객의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내내 정영희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해간다. 잃어버린 정영희의 얼굴을 찾는 과정이 이야기의 기본 틀이다.
임동환과 김수진은 정영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가며 비밀을 풀어간다. 이야기를 한 꺼풀씩 벗겨낼 때마다 정영희라는 인물의 면모와 그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이 한조각씩 드러나고 예상치 못했던 전개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편이다. 때로는 맥없이 풀리는 느낌마저 드는데 이는 영화가 관객과의 추리 게임보다는 비밀을 마주하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박정민, 한지현 등은 정영희의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나타나는 인물의 반응을 열연해 몰입감을 키운다. 권해효는 특히 죽음의 비밀을 접하는 임영규를 연기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끝에 이르러 드러나는 정영희 죽음의 비밀과 그의 얼굴은 많은 여운을 남긴다. 정영희가 왜 죽었는지는 개인의 뒤틀린 내면을 넘어 그 시대까지 생각하게 한다. 영화는 정영희가 살던 시대를 충실히 그려냄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둔다.
연상호 감독은 10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성과에 집착하는 나 자신은 어디에서 만들어졌느냐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며 "이는 1970년대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의 근대사는 무엇을 잃어버렸고 착취했는지라는 질문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돼 처음 선보였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를 비롯해 157개국에 선판매되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연 감독은 "(토론토영화제) 관객분들이 이야기에 공감하고 몰입해주셨다는 느낌을 받아서 인상적인 기억과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11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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