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장들 "사법개혁에 사법부 참여 필수…내란재판부 신중해야"(종합)
-
- 첨부파일 : 2e6e804a92a90930bdc041e8e95b00cf_20250913000542.jpg (213.2K) - 다운로드
본문
국회발 사법개혁 파고 속 전국법원장회의 7시간반 '마라톤 논의'
"사법부 신뢰 회복에 최선…신속·공정한 재판 구현 위해 노력"
"대법관 증원 앞서 '사실심' 강화돼야…법관평가제 위헌성 소지"

(서울=연합뉴스)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5.9.1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전국 법원장들이 12일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과 관련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제도 개편 논의에 사법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열고 이러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회의는 '마라톤 논의' 끝에 약 7시간 반 만인 오후 9시 24분께 종료됐다.
법원장들은 회의 종료 뒤 보도자료를 내고 "사법제도 개편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의 중대한 책무이자 시대적 과제이므로 국민과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폭넓은 논의와 숙의 및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또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는 사법권 독립의 핵심 요소"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그 개선 논의에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법원장들은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통해서만 존립 가능하므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사법부는 개혁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국회와 정부, 국민과 소통에 열린 자세로 임하는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천 처장이 법원장들에게 민주당 사법개혁안과 관련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법원장들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는 ▲ 대법관 증원 ▲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 법관 평가 제도 개선 ▲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의제에 대해 각급 판사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했다.

(서울=연합뉴스) 각급 법원장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5.9.12 [email protected]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대다수 판사는 '충분한 숙고 없이 진행된다', '사실심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 '상고제도의 바람직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등 이유로 단기간 내 대폭 증원에 우려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했다. 대법관 4명 정도의 소규모 증원이 적정하다거나, 그 전제로서 혹은 병행해 사실심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법원장들은 신속·충실한 재판 구현을 위해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임에 공감하고 "이를 전제로 상고심 제도 개편과 대법관 수 증원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를 통한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에도 대다수 판사는 우려와 함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회 구성 방식이나 인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거나 현 위원회의 적정한 운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장들은 "헌법상 보장된 제청권을 존중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운영상의 보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법관평가제도 개선 논의에 대해선 대다수 판사가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나 위헌성 소지를 들어 발의된 법안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이에 법원장들은 "외부의 부당한 개입에 대해서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지키되 국민의 목소리를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사법행정권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에는 개편안에 공감하며 다만 부작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위한 검토도 아울러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했다.
판결문 공개 확대에는 다수의 판사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원칙적 찬성 의견을 표시했으나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악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나왔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두고도 많은 판사가 원칙적으로 찬성했으나, 수사의 밀행성과 신속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공식 안건은 아니었으나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두고도 논의가 진행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고 한다.
천 처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헌법상 사법권의 주체인 사법부의 공식적 참여 하의 공론화 절차 없이 사법개혁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며, 이번 회의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안팎의 의견을 청취해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편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신속·공정한 재판이 구현될 수 있도록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천 처장은 1일 내부망 법원장 커뮤니티에 민주당 특위에 제시한 의견을 공유하고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5.9.12 [email protected]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장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 기구를 이끄는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한다. 다만, 오전에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개혁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권력분립과 사법권 독립의 헌법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과거 주요 사법제도 개선이 이뤄졌을 때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국회에 사법부 의견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현 사법개혁에 사법부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울러 "합리적인 설명과 소통을 통해 설득해 나감으로써 국민 모두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재판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 이후 본격화한 사법개혁 논의는 이후 사회 변화와 맞물려 여러 주체가 참여해 진행된 바 있다.
청와대, 대법원과 국회, 검찰을 포함한 행정부가 사법제도발전위원회(사발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추위), 사법개혁위원회(사개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등의 형태로 사법제도 개선을 논의해 형사소송법 개정, 인신구속제도 개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 국민참여재판 도입, 양형제도 개선 등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댓글목록0